“조직도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곳이라서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존중’이겠죠. 다양성과 포용성의 핵심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각자가 자신의 개성과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면서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조직은 더욱 단단해지고, 함께 성장하며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Q. 자기소개와 현재 담당 업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오가논의 설립부터 함께해 온 HR(인사부)팀의 오지은입니다. 현재 인사 비즈니스 파트너(HRBP)로서 조직의 가치와 문화를 정착시키고, 직원 경험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에 더해 보상 및 복리후생(C&B) 관련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커리어는 한 독일계 제약사의 HR 부서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이후 다양한 산업군에서 HR 업무를 경험했지만, 제약산업이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 마음에 깊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에 다시 제약업계로 복귀할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지은님에게 ‘다양성’과 ‘포용성’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러한 가치가 조직에서 왜 중요하며, 특히 언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성과 포용성을 얘기하자면 저는 오케스트라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클래식을 좋아해서 공연장을 자주 찾는데, 개인적으로 스타 연주자의 독주회보다는 지휘자가 이끄는 수십 명의 연주자가 각기 다른 악기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교향악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가 각기 다른 소리를 내지만, 그 모든 소리가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음악이 만들어집니다. 어떤 공연은 압도적인 감동을 주고 몰입하게 만들지만, 조화가 맞지 않으면 집중이 어려운 경우도 있죠. 인사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오케스트라가 조직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지휘자는 회사의 대표, 각 세션의 연주자들은 각 부서, 수석 연주자는 팀을 이끄는 리더, 그리고 단원들은 직원처럼 보이더라고요. 조직도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곳이라서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존중’이겠죠. 다양성과 포용성의 핵심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각자가 자신의 개성과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면서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조직은 더욱 단단해지고, 함께 성장하며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Q. 오가논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실제로 업무를 하시면서 느낀 변화가 있을까요?
요즘 많은 기업이 다양성(Diversity), 포용성(Inclusion), 그리고 DE&I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일회성 이벤트나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가논에서는 이런 가치를 일상적인 회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Organon Culture Creators(OCC) TF를 창립 초기부터 운영하고 있는데요. OCC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조직 문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팀입니다. 최근 4기 모집에서도 많은 직원들이 신청해 주셨을 만큼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OCC의 활동을 되돌아보면, 단순히 대규모 이벤트를 여는 것이 아니라, ‘소통, 성장, 문화’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그룹을 구성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온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직원들의 피드백을 보면, 이런 노력이 조직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활동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Q. 한국오가논은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는데,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요?
오가논은 창립 초기부터 수평적 문화를 기반으로 한 업무 환경을 구축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의 호칭을 ‘님’으로 하고, 자율좌석제를 도입해 대표님 역시 별도의 방 없이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등 직급이나 직책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를 형성해 왔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직원들이 업무적으로 의견을 나눌 때 호칭보다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경력이 짧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덕분에 업무 경험이 많은 직원들에게도 부담 없이 피드백을 요청하거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업무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의견이 특정 개인이나 부서에 치우치지 않고 자유롭게 공유되면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할 때 보다 폭넓은 시각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죠.


Q. 작년에 젊은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Young Female Leaders Workshop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워크샵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가논은 창립 이후 매년 직원 경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설문조사 결과를 다양한 그룹별로 분석하면서, 커리어 초기 단계에 있는 젊은 여성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거나, 매니저나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HR에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해주시는 직원분들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다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보자는 취지로 워크숍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피드백을 편안하게 주고받는 법, 매니저 및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 등을 중심으로 서로의 경험을 자유롭게 나눴습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 리더분들이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는데, 실제로 자신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주변의 도움 덕분이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크숍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서로 진솔하게 공유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에 있어서 알을 깨고 새로운 본인의 능력을 펼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참가자들의 피드백은 어땠나요?
단 하루의 워크숍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스스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특히 형식적인 강의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워크숍이 끝난 후에도 자신감을 얻고 앞으로의 성장 방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이 많았고, 저 또한 HR 담당자로서 굉장히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Q. 워크숍이 끝난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버디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워크숍이 단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연대’를 실제로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버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짧은 일정 내에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만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의 성장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함께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단순한 논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도 연대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공식 운영은 작년 연말까지였지만, 몇몇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친분을 이어가며 업무적인 피드백뿐만 아니라 고민을 나누고, 회사 생활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후속 활동을 넘어, 워크숍의 의미를 더욱 깊이 정착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HR의 관점에서 보셨을 때, 앞으로 필요한 리더십의 특성이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리더십 외에도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성과 포용성이 높은 조직을 떠올려보면, 공통적으로 구성원들이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회사에서의 나’와 ‘바깥에서의 나’가 다르다고들 하지만, 어디에서든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다양성과 포용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직원이 회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결국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과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조직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렵고, 이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리더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신의 취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를 어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갖는 것이 핵심입니다. 리더가 인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공유할 때, 조직원들도 자신을 더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따라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과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집니다. 앞으로의 리더십은 강한 카리스마나 완벽한 모습보다는, 솔직함과 공감력,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일이나 직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는 job, work, career, occupation, vocation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vocation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 단어의 어원을 보면 라틴어 ‘vocare’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신의 음성을 듣다’, 혹은 ‘내면의 소리를 듣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한자로는 ‘소명(召命)’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죠.
저는 일을 할 때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 일이 내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잘 쓰이고 있는지 종종 자문하는 편입니다. 자주 고민하는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HR 업무도 단순히 ‘Human Resources(인적 자원)’ 관리가 아니라, ‘Human Relations(인간 관계)’를 기반으로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직원들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